[공유] ˙한강변˙ 잡은 삼성물산…압구정도 노린다
https://n.news.naver.com/article/215/0001195831
<앵커>
그제(18일)였죠. 서울 재개발 최대 사업으로 불리는 한남4구역 시공사가 결정됐습니다.
건설업계 1위 삼성물산과 2위 현대건설이 맞붙은 결과 1등이 웃고 2등이 울었습니다.
지금의 희비가 앞으로 도시정비사업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하는데,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부동산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거의 정치권 선거를 방불케 할 만큼 치열한 싸움이었는데, 결국 삼성물산이 압도적으로 이겼습니다.
조합에게 경쟁사보다 비싼 공사비를 제시했는데도 선택 받은 이유, 무엇입니까?
<기자>
한남4구역은 강북 한강변 노른자 입지에 한남뉴타운 중에서도 일반분양 비율이 높아 사업성이 우수한 현장으로 꼽힙니다. 총 사업비만 1조5천억원에 달하고요.
따라서 한강 조망권과 차별화된 설계가 주된 승부처였습니다.
총 네 번의 합동설명회와 홍보관까지 설치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결과, 커뮤니티시설이 아닌 주거동 자체를 랜드마크로 내세워 한강 조망을 극대화한 삼성물산의 제안이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현대건설의 스카이브릿지는 한강변 최대 길이를 자랑하긴 하지만 스카이브릿지 자체가 새로운 설계는 아닌 반면, 삼성물산의 원형 주동은 정비사업 최초로 도입되는 설계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설계를 통해 한강 조망 세대수 역시 전체의 70%로 현대건설보다 훨씬 많이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공사비는 현대건설이 저렴하지만 이주비 보장이라든가 추가분담금 4년 유예, 고정금리로 사업비를 자체 조달하는 등의 혜택을 종합하면 조합원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분담금 자체는 삼성물산이 더 저렴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조합원 가구당 2억5천만원의 이익을 보장해준다고 나서면서 현대건설의 1억9천만원보다 가구당 이익 보장분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삼성물산이 한남4구역을 따내면서 앞으로 시공사 선정이 예정된 압구정, 여의도, 성수 등 한강변 주요 정비사업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얻게 됐습니다.
<앵커>
반면 수주에 실패한 현대건설은 타격이 크겠습니다?
<기자>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한강변 핵심 입지를 잃은 동시에 압구정으로 대표되는 대형 정비사업 수주를 위한 전초전에서도 패배한 셈입니다.
물론 착공을 해야 매출에 반영되는 건설업 특성상 이번 한남4구역이나 앞으로 수주전이 벌어질 다른 사업장에서 진다고 해서 당장 실적에 타격을 입진 않겠죠.
하지만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매출에 반영될 수주 잔고가 줄어든다는 건 분명 악재입니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오는 22일 발표할 예정인데요.
매출은 전년대비 6% 소폭 감소하는가 하면, 영업이익은 92%나 쪼그라드는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이 예상됩니다.
올해 실적 전망도 어둡습니다. 매년 2만가구 이상 쏟아내던 신규 분양도 1만4천가구 정도로 대폭 줄어들면서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 부문이 고전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앵커>
한남4구역 수주가 바로 실적에 반영되는 게 아니라면 삼성물산도 마냥 웃을 순 없겠어요?
<기자>
한남4구역이 아직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전이니까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 이주와 철거까지 거치고 나면 빨라도 5년 뒤에나 착공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압구정을 비롯해 삼성물산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한강변 다른 사업장들의 실적 반영 시점은 당연히 더 늦을 수밖에 없죠.
그리고 앞으로 있을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해서 수주가 확실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당장 먹고 살 게 많은가. 그것도 아닙니다. 삼성물산의 올해 분양 예정 물량은 1천가구로 지난해 물량의 20%에 불과합니다.
그동안 선별 수주를 이어오며 체급이 비슷한 다른 건설사에 비해 분양이 많진 않았지만 1천가구는 사실상 집 장사를 접은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무엇보다도 한남4구역을 수주하기 위해 역대급 조건을 내놓으면서 제살깎기식 출혈 경쟁을 벌인 만큼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전망입니다.
거의 모든 정비구역은 공사비가 예상을 초과하기 마련이고, 이에 따른 조합과의 분쟁이나 수익성 문제가 불거진다면 '승자의 저주'를 우려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앵커>
건설업계 큰형님들도 이런데, 중견건설사들은 더 힘들 것 같습니다.
<기자>
국내 50위권 신동아건설에 이어 지난주에는 경남을 대표하는 대저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따라서 지난해 4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이후 불거졌던 건설업계 위기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데요.
실제로 지방 뿐 아니라 수도권까지 미분양 한파가 덮치면서 계약률이 저조한 사업장이 적지 않습니다.
계약률이 30%에도 못 미치는 대규모 사업장도 있다고 하고요.
이렇게 급등한 공사비와 미분양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다보니 일부 중견건설사들 사이에선 차라리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도 나올 정도라고 합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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